Miso soup for the soul
이라고 제목을 지으면 더 그럴싸하게 보이리라 생각들 하려나.
나이가 들어가며 입맛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한국 음식은 맛보다는 그리움이나 익숨함 때문에 더 찾게 된다.
한국에 있을때는 된장국이나 찌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도 처음 몇년간은 한국인들을 주로 만나며, 한국음식을 주로 먹으며 살았었다.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끼니로 치지 않는다거나 하며 살지도 않았었고,
서양 음식을 좋아 하는 편이라 생각 했었기에 어딜 가서도 음식걱정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동부로 와서 처음 학교 기숙사에서 살면서 1주일이 지나자 김치 생각이 나기 시작 했고,
한달쯤 지나자 기름기 가득한 학교 식당 음식들을 보면 구토가 날 지경이 되었었다.
내가 기름진 음식이 보기 싫어 졌다는게 신기했었다.
그 고비를 넘기고, 기름진 음식들을 다시 꾸역꾸역 먹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룸메들이랑 중국집 음식을 시켜 먹었었다.
그냥 밥을 본다는 자체가 너무 반가왔었다.
나는 그 시절 처음으로 김치 없이 밥 못먹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었다.
. . . . .
한국 마켓에를 한 1년여만에 간 것 같다.
집에 아직 된장도 남아있고, 고추장도 남아있고, 들기름도 남아있고.
언제나처럼 김치는 둘러보기만 하고 사오지는 않았고,
대신 조그만 무우 5개를 사와서 동치미를 담았다.
냉동만두 대신에 만두피, 쫄면과 냉면, 단무지는 만들기 귀찮아서 한개 바구니에 담고, 마른 오징어가 보이길래 사오려다가 구울데가 마땅치 않아서, 그냥 오징어채를 사왔다.
김을 깜빡하고 안사왔다.
한국마켓이 먼것도 아닌데, 왜 그리 가서 장보는게 큰 일처럼 느껴지는지.
간만에 먹은 비빔쫄면은 무지하게 짯고, 단무지도 달고 짯다.
짜게 먹고, 물도 별로 안마시고, 그날 저녁 마신 맥주와 와인탓인지, 그다음날 술병이..... ㅋㅋㅋ
언제부턴가 속이 안좋으면 된장국 생각이 난다.
그래서 아주 오랫만에 밥을 해 먹었다.
말렸더니 한줌도 안되었던 무말랭이 된장에 묻어 두었던거 꺼내 먹어보니, 마치 나나츠께 비슷한 맛이 났다.
맵기만 하고 맛은 별로여서 국거리용으로 얼려 놓았던 고추 두어개랑 마른멸치 냉동실에서 꺼내어 다시마 한개랑 물에 넣고 끓인다음 건져내고 일본된장 큰 수저로 한개, 한국된장 작은수저로 한개 풀고, 데쳐서 얼려 놓았던 Swiss chard라는 근대종류도 조금 넣고, 나중에 사온 두부도 한개 넣어서 된장국을 끓였더니, 대충 끓였는데도 얼큰한게 맛있었다.
. . . . .
이번 여행은 후유증이 좀 심하다.
그냥 단순히 '아, 좋았었지'가 아닌 이런저런 많은것들을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솔직히 좋은현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어떤이는 이런 나를 보면, 그럴걸 왜 갔냐고, 아니면 기분좋게 다녀와서 뭐하는 짓이냐고 질책을 할 지도.
이번 여행이 내 인생의 또다른 전환점의 시발점이 될지,
아니면 그냥 이러다 언제 무슨 생각이나 했었냐는듯 살아 갈지.
. . . . .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된장국을 찾게 되었듯이,
언젠가는 지금 좋아하지 않는것들을 좋아 하게 될까.
동짓날 만든 단팥죽과 빵들. (0) | 2013.12.27 |
---|---|
연말 점심 파티에 만들어 간 음식들 (0) | 2013.12.15 |
Jambalaya 첫 시도 (2) | 2013.08.11 |
주말 베이킹 - 2013 6월 첫주와 둘째주 (2) | 2013.06.10 |
올해 발렌타인데이에 나눈 Nanaimo Bars (2) | 201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