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북역에서 나비고 (Navigo) 교통카드 구입 -> 호텔 도착 그리고 빨래방.
영국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 북역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나비고 카드 구입하기.
북역이 위험하다는 말도 듣고 해서 잔뜩 긴장 한 데다가, 사방에서 들려 오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불어들에 넋을 반쯤 잃어 버린 채, 제복 입은 이에게 웃으며 다가가 봉쥬르~ 하고 인사를 한 다음에 무조건 나비고? 라고 물었다.
말은 알아 듣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손짓 하는 손가락 끝을 따라 안내소에 도착해서,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나비고 카드 종류를 불어로 적은 작은 쪽지를 무작정 웃으며 내밀었더니, 여직원이 웃으며 반대쪽 창구를 가르킨다.
기나긴 줄이 늘어서 있는 창구에서는 어떤 손님이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소리를 질러대고, 프랑스 사람들 도도하고 불친절하다는데 표 파는 직원들도 성난 표정이고. 으~ 괜히 긴장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서 '그래도 웃는 얼굴에 침 안뱉는다는데' 라며 또다서 웃으며 인사 한 뒤 쪽지를 내밀었더니 나같은 사람이 드물었는지, 표파는 아저씨가 웃는다, 자기도 말 안한다며 입 잠그는 시늉 하면서.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카드와 지하철 지도와 카드에 사진 붙여 사용하는 법등을 알려 주셨다. 효과 만점이었음.
하아~. 일단 첫 관문은 무사 통과.
나비로 카드 (왼쪽)과 조사 해 간 노트.
내민 쪽지는 저게 아니고, 내가 쓸 카드 종류와 가격만 적은 이쁘고 작은 메모용지.
내밀은 작은 종이에는 미리 이렇게 적어 갔다.
Navigo Zone 1-5. hebdo(weekly). la carte Navigo Découverte. Merci!
뜻은, 나비고 5구역까지. 일주일권. 나비고 지도(지하철 노선도?). 감사!
참고로 불어로 나비고 웹사이트를 가면 (www.navigo.fr), 한달 짜리는 Mois 한 주짜리는 Semaine이라고 되어
있다. 근데, 그게 생각이 안나서 대충 찾은 불어로 저렇게 적었더니 좀 우스웠나? (난 프랑스에서는 문맹인)
파리의 교통카드에 대한 인터넷 정보는 '파리 교통카드' 또는 '나비고'나 '카르넷', '파리비지트' 등으로 찾으면 알기 쉽게 한국말로 정리해 놓은 곳들이 많다. 우리는 어른 둘이므로 아이들 표는 고려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숙소가 중심가라 교통편을 얼마나 이용하게 될 지 좀 의문이어서 그냥 낱장으로 사서 다니는게 더 나을지 패스를 구입하는게 더 나을지 결정하기가 힘들었지만, 지하철을 잘못 탔을 경우를 생각 해서 만약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 하지 않아 조금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그냥 정액권을 끊기로 했다. 정액권으로 끊기로 결정을 하니까 선택권이 파리 비지트(Paris Visite)와 나비고(Navigo)로 줄어 들었다.
파리 비지트는 1일, 2일 3일, 5일권으로 각각 파리 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공항이 포함되어 있는것과 없는걸로 나뉘는 듯 하다. 우리같은 경우는 5일권이 필요한데, 마지막날 공항 가는건 6일째이기 때문에 또 따로 구입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반면, 나비고는 가격이 주 단위나 월 단위 그리고 파리 구역인 존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게 구입이나 충전 한 날 부터 일주일이나 한달로 정해 지는게 아니라, 무조건 일요일까지나 그달 말 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즉, 일주일권일 경우 월요일에 충전을 시키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쓸 수 있고 목요일에 사면 같은 가격으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쓸 수 있다. 게다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살 수도 없다. 따라서 주말에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쓸모 없는 카드이다.
나비고는 카드를 따로 사서 충전해서 쓰는 식인데다가 사진도 필요하고 해서 귀찮아서 처음에는 그냥 조금 더 비싸더라도 파리비지트를 사서 쓰려다가, 가격 계산을 해 보니 아무래도 나비고가 더 저렴해서 조금 귀찮더라도 결국 나비고로 결정했다.
파리의 유명 관광지 대부분은 Zone 2안에 있기 때문에, 제일 저렴한 걸로 사도 되는데, 나는 라데팡스(3구역)와 베르사이유(4구역)을 갈지 안갈지 정하지를 못해서 그냥 zone 5용으로 1주일치 구입. 나비고로는 Metro, RER, 시내버스, 로시버스, 트램, 몽마르트 언덕의 푸니클라, 그리고 로시버스까지 파리의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 할 수 있다. 로시? 르와시?(Rossy)버스는 샤골 드 공항과 오페라앞을 다니는 셔틀버스로, 공항이나 오페라 앞 셔틀 정류장에서 표를 따로 구입 할 수도 있다. 셔틀 정류장은 구글에서 roissybus opera stop map으로 찾았다.
나비고 카드를 구입하면 카드에 사진을 붙여야 하는데 가로 2.5 세로 3센티의 얼굴이 나와 있는 사진으로 여권 사진일 필요도 없고, 규격에만 맞는 얼굴 사진을 붙이면 된다. 우리는 집에서 디카로 찍어서 프린트 해서 규격에 잘라 준비해 갔다. 역에 따라 나비고 카드 파는 곳 옆에 사진 찍을 수 있는 기계 자판기(?)가 있는곳도 있는데 (북역에도 있다), 초행길에 가뜩이나 카드도 사야 하는데 여러가지로 번거롭다고 모두들 준비해 가라길래 그냥 준비해 갔는데, 그러길 백번 잘했다. 사진은 나비고 카드를 사고 나서 자기가 붙여야 한다. 가끔 검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벌금이 높다고 하니 꼭 붙일것.
나비고 카드에 대해 인터넷에서 찾다 보니 지역 주민만 쓸 수 있다는 썰도 있다는데, 실제로는 여행객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이다. 어느 미국 사이트에서 보니까 역무원이 외국인은 사용 못한다고 시비거는 경우도 있으니까 웹사이트에서 외국인 사용 가능 하다는걸 프린트 해 가서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보여주고 당당히 사서 이용 하라고 해서, 일단 불어로 된 거 프린트 해서 가져 갔는데 전혀 쓸 일은 없었다.
파리는 생각보다 넓었고, 지하철 정거장들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첫 여행이라 갈 곳은 너무나도 많았고, 초행길이라 지하철을 잘못 타서 갈아 타야 하는 일도 좀 있었는데, 다니면서 교통비 걱정을 하지 않아서 무척 편했다. 나는 다음에 파리를 가더라도 주말에만 가는게 아니라면 나비고를 이용 할 것 같다. 이미 사 둔 카드가 있기때문에 충전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처음 가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번거롭지만 언제 도착해서 얼마나 있을지, 어디에서 있을지, 어떻게 다닐지를 고려 한 다음 자기에게 맞는걸 결정하는게 좋겠다. 나비고라고 무조건 제일 싼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