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전글 끝에다 달려고 그랬는데, 이 전 글이 사진도 많고 길고 해서 이렇게 따로.)
날이 풀리다 풀리다 아주 무더워서 한여름 같았던 어느 봄날 아침.
겨울이 끝날 즈음에 옮겨서 다시 조립한 레이즈드 베드에다 짚더미가 거의 반인 작년에 썼던 흙을 채워 놓았더니 그사이 그 안에서도 잡초들이 자라나기 시작해서, 새 흙을 사서 채우기 전 정리를 하던 울 신랑이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날 불러서 나가 보았더니.....
허거걱.... 저 안에 뭔가가 있다.
울 신랑 날 보더니...... 토끼 새끼들이 있어..... 어떡하지 그런다.
나는 순간, 응? 저게 토끼야 쥐야?
잡초들 정리 하는데, 토끼 새끼들이 짚더미 안에 있더란다.
둘이 어찌 해야 할 지 몰라서 넋 놓고 한참 서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어처구니가 없어 웃다가.....
결국 울 신랑이 삽으로 떠서 옮겨 주었다.
게 중 한마리는 사진 찍자 마자 폴짝 뛰어서 옆집으로 줄행랑. 나머지들은 뒷 숲덤불 근처에 다 같이 두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여느때와 같이 토끼들이 마실을 나왔는데, 울 신랑 날더러 저 토끼 혹시 엄마 토끼인가 한다.
뭔소리야 하고 봤더니.
토끼 한마리가 새끼 토끼들이 있던 나무 상자쪽을 계속 바라보며 저렇게 앉아 있다.
저 토끼가 진짜 그 새끼들의 어미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저렇게 한참을 앉아 있길래 안스러워 하고 있는데, 조금 지나니 뒤돌아 서서 풀 뜯어 먹고 앉아 있더라.
저 새끼 들을 발견하기 며칠 전, 토끼가 저 베드 속에 앉아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가끔씩 토끼들이 깔아 놓은 멀치(mulch) 에 배 깔고 엎드려 있기도 하고, 깔려고 사다놓은 멀치 더미 안에 몸을 덮고 얼굴만 내밀고 있기도 하고 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며 쫒아 내었었는데, 아마도 그때 거기다 새끼를 낳아 두었던 게 아닌가 싶다.
토끼들 때문에 뭘 심어도 남아 나는게 별로 없고, 그 덕에 돈도 상당히 많이 깨진지라, 울 신랑 토끼만 보면 저거 잡아 먹어야 한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막상은 새끼들 걱정이 되는지..... 내가 왜 토끼 걱정을 해야 하냐고 하소연이다. ㅋㅋㅋ
엊그제 손바닥 만한 청소년(?)토끼가 지난번에 새끼 토끼가 옆집으로 도망쳤던 곳으로 뛰어가는 걸 보고, 우리는 그 때 옮긴 새끼들일까, 벌써 저리 컸을까, 형제 토끼랑 만나서 서로 왕래를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 했다.
한 울타리 (울타리는 없지만) 안에 살아도 말이 안 통하니 모든 건 우리 둘의 상상, 진실은 산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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