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야심작, 고구마 키우기!
미국 마켓에서는 내가 좋아 하는 밤고구마를 찾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파는 고구마는 속이 주황색에 익히면 물컹물컹하다.
나는 고구마 하면 밤고구마, 물고구마 이렇게만 구분 하지만, 실지로 고구마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그런데, 왜! 어째서! 여기서 밤고구마를 안파냐고요!!!
지난 겨울에 이 근처 한국 식료품가게에서 밤고구마를 발견하고 몇개를 사다 놨는데, 아껴 먹는다고 하다가 곰팡이가 피어 금쪽같은 고구마들을 버렸다. 그 후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다시 고구마들을 팔길래 봄에 몇개 사왔다.
사실, 파는 고구마들도 그리 신선해 보이지도 않고 비싸기만 비싸고 해서, 함 키워 볼까나 하는 생각이 꿈틀.
싹대신 곰팡이가 피려 하는 고구마를 버리는 셈 치고 물에 담궈 놓았더니 싹이 났다.
고구마는 뿌리나 싹이 나기까지 1~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고구마 상태가 안좋아 보여 한 2~3주 두었다가 변화가 없으면 버리려 했는데 한 1주일 만에 뿌리가 나기 시작.
고구마를 잘 씻어서 밑둥을 잘라 낸 후 받아 놓은지 하루 이상 된 물에 담가 해가 잘 드는 곳에 두었다.
그리고 물은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조금 버리고 받아 놓은 물로 채우고 하는 식으로 했더니 잘 자란다.

정확히 며칠째 인지는 모르겠는데, 한 열흘쯤 되지 않았으려나.
암튼, 이것이 5월 16일

5월 24일

5월 29일

6월 4일.
고구마 심기 막바지 철에 조금 늦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심어 보기로 했다.
사진 왼쪽의 고구마 에서 잎과 뿌리를 같이 오른쪽 처럼 잘라 내서 뿌리와 줄기부분을 땅에 심었다.
고구마는 줄기 부분을 서너마디 땅에 비스듬히 눕혀서 심는 다는데, 나는 조금 늦게 심는 거니까 뿌리랑 같이 눕혀서 심었다.

그리고 두어달 후인 7월 말쯤. 잎들이 가득.
나는 고구마 줄기를 본 적이 없어서 (먹어 본 적은 있나?) 땅에 붙은 긴 줄기를 먹는 건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긴 줄기에 붙은 잎이 달린 그 줄기를 먹는 거였다. -.-
잎이 달린건 다 따서 버리고 땅에 붙은 줄기들만 가지고 집에 오려다 귀찮아서 다 가지고 왔는데..... 다행이었다.
이때는 몰라서 그냥 두면 뿌리가 내려 고구마가 여기 저기 많이 자라지 않으려나 하고 두었는데,
여기는 재배 기간이 짫아서 나중에 내린 뿌리에서는 고구마들이 제대로 크질 못했다.
내년엔 중간 중간 고구마 줄기를 쳐 내야겠다.

9월 말에 드디어 고구마를 캐다.
고구마를 심긴 심었지만, 언제 어떻게 캐야 할 지 몰라서 찾아 보니, 서리가 내리기 전에 캐야 한단다.
처음엔 11월 초까지 둘 까 하다가, 아무래도 여기 날씨가 불안불안 해서 캐 보았는데......
아, 그런데 제대로 된 고구마가 열린거였다. 고구마 줄기도 다듬어 볶아 먹었다.
첨엔 고구마 줄기 다듬는 요령을 몰라 쭈그리고 앉아서 다듬으면서, 내가 뭐하나 하는 생각 부터..... 좀 복잡했는데,
한양동이 다듬고 보니, 이젠 좀 빨리 제대로 할 수 있을것 같다.
사실, 나는 고구마 이렇게 캐져 있는것만 사먹어 봤지, 고구마 줄기도 모르던 사람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실험이었다.
고구마는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하고,
캐기전 1주일 동안은 비가 오지 않은 후에 캐는것이 좋단다. 그런데, 나는 3일쯤 전에 비가 온 후에 캤다. 그래도 괘않았다.
고구마는 캔 후에 햇볕아래에서 반나절 정도 말린 후에, 서늘한 그늘에서 2주 정도 숙성을 시킨 후 신문지 같은걸로 싸서 종이나 나무상자에 담아 보관 한다고 한다.
아직 먹어 보지 않아 맛이 제대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보기엔 그럴싸 하다.... 히힛. 뿌듯해.
고구마를 심고 난 후에 찾아 보니 고구마는 둔덕을 높이해서 심는다는데, 캘 때 이유를 알았다.
땅파느라 죽는줄 알았다. 내년엔 제대로 심어서 키워 봐야지.
요거는 보너스 샷.

엄지 손톱만하게 고구마가 열렸길래 신기해서 보여주려고 캐 왔더니, 울 신랑이 요로케 만들어 놨다. 고구마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