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가끔, 5월에도 눈이 내리는 이곳.
그리고 아주 가끔은 5월에 우박이 떨어지기도 한다.
올해 5월이 그 가끔 있는 5월.
올해의 나의 관심사는 정원일이 될듯, 겨울이 채 끝나기 전부터 이것 저것 씨앗 사고, 있는 씨앗 뒤지고, 뿌리고 유난히 부선을 떨었다. 작년에 못 심은 깻잎도 올해는 심어서 따먹어야지 하고선 씨앗을 제법 뿌렸는데, 싹트는 확률이 좀 적다. 그래도 어차피 몇개만 있으면 되니까, 뭐. 싹 난것들만 잘 크면 되지.
내가 처음으로 땅에서 길러서 따먹은것이 깻잎이다. 미국 처음 온 해, 조그만 뒷 마당 한켠에 심어놓은 깻잎 세그루. 울 식구들 한 철 자~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짓딧물이 뭔지도 몰랐을때다. (솔직히 진딧물이 뭔지 알게 된지 얼마 안된다... 히힛, 난 짜가 농부). 그래도 깻잎은 잘만 컸다. 인터넷에도 다들 깻잎은 그냥 둬도 잘 큰다고들 한다.
날이 좀 풀렸다 싶었을때 햇볕 많이 받고 쑥쑥 크라고 내 놓았다. 그랬는데, 어느날 비와 함께 좁쌀만한 우박이 점차 콩알 크기가 되어 후두둑 떨어졌다. 하늘에서 자루로 붓는줄 알았다.
그리고 난 후 계속 되는 쌀쌀한 날씨와 더불어, 기대 만빵이었던 깻잎은 요로케 돼 버렸다.

그래도 줄기가 아직 파래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눈꼽만한 싹이 있다. 오옷! 살려나봐.
그래고 하루 반이 지난 후 다시 들여다 보니, 오오랏~ 더 큰 싹이 나 있다.

그래, 이젠 괜찮아. 날씨도 더이상 추워지진 않을거야. 힘내라 깻잎. 조금 더 있다가 땅에다 심어 줄께.